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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더글라스 평전


1960년 2월 28일 대구학생시위, 이후 바다에 떠오른 마산상고 김주열의 시신, 4월 19일 시위에 대한 경찰의 발포로 하루에만 115명이 사망, 727명이 부상......서울대 문리대에서 선언한 4월 혁명 선언문에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울림들이 담겨 있다. “...... 근대적 민주주의의 줄기는 자유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니 송두리째 박탈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성의 혜안으로 직시한다 ...... 언론·출판·집회·결사 및 사상의 자유의 불빛은 무식한 전제 권력의 악랄한 발악으로 하여 깜박이던 빛조차 사라졌다. 긴 칠흑같은 밤의 계속이다 ......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우리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그리고 4월 26일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쫓기듯 물러났다. 그러나 민중의 자발적 혁명의 과실은 민주당에게로 돌아갔고, 반공보수가 여전히 당내의 정책이었던 민주당은 시민들의 요구사항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경찰 발포책임자에게 무죄 선고를 내리기까지 하였다. 이를 두고 시인 김수영은 ‘육법전서와 혁명’이라는 시에서 각혈하듯 울분을 토해 냈다.“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 뿐이다.... 아아 새카맣게 손때 묻은 육법전서가 표준이 되는 한 나의 손등에 장을 지져라. 4.26 혁명은 혁명이 될 수 없다. 차라리 혁명이란 말을 걷어 치워라.”법이 보장할 것이라는 학생들의 순수한 희망, 그리고 기존의 법질서로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으리라는 ‘왕궁의 음탕 대신에 조그마한 일에 분개했던’ 시인의 절망 모두에는 법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다만 그 담긴 기대만큼 법이 호응해 주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법률의 자구는 그 적용과 해석을 통해 현재도 여전히 금석문처럼 근엄하고 고루하다.이처럼 견고한 법의 새김질에 자꾸 균열을 내고자 했던 이가 36년이라는 최장기간 동안 연방대법관으로 재직했던 윌리엄 더글라스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자유권과 사회권의 본질을 빛나는 판결문으로 새롭게 조각했으면서도 인간적인 약점 역시 끊임없이 부각되었던 인물이다.가난한 이들과 소수자의 인권, 변방세계에 대한 공감과 백인남성 위주의 주류에 대해 던지는 창의적인 법해석을 통한 더글라스의 질타는 청년 안경환에게 강하게 소용돌이쳤고 이제 안경환은 자신의 평생을 휘감았던 이 ‘불행한 인간의 위대한 이름’인 윌리엄 더글라스를 평전으로 내어놓았다. 평전으로는 조영래, 황용주에 이어 세 번째이자, 오랜 세월을 가다듬었던 각고의 결실인 듯 반갑고 숙연하다.책의 뒷표지에 다시 한 번 강조된 “헌법은 국민의 몸에서 국가를 떼어 내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다”라는 더글라스의 호언에는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삶의 틀 안에서 끊임없이 벼리기를 바라는 저자 안경환의 헌법학자로서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상위 10%의 국민의 이익에 기식하여 삶을 영위하는 90%의 법률가가 아니라 나머지 10%만이라도 더글라스처럼 90%의 지친 영혼에게 연민의 눈길을 주는 나라를 바라는 저자의 서문은 그러나 10% 법률가에게만 하고픈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벌써 아득해져버린 듯한 반세기전 4월의 불완전함이 여전한 시대, 반세기 전의 반공주의가 여전히 정치적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는 결정적 잣대가 되는 시대에 언론의 자유와 실질적 평등이 급속하게 후퇴하는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호소이다.단신으로 민주당으로 들어가 유력 대통령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당황시키고 전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에 대해 한국에서도 그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결핍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상위 1%가 하위 90%의 소유를 합친 만큼의 부를 독점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며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에 대한 열광, 거기에는 오래된 권위주의와 지옥같은 절망을 품은 채 살아가야 하는 ‘헬조선’이라는 경각의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젊은이들의 무력감이 담겨 있다.‘법치(法治)’, 법이 다스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 해답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독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한 개인의 삶이 시대를 관통한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특히 이승만 국부 발언과 419 묘지 참배라는 형용모순을 보여주면서 국민의 당 지지율이 끝도 없이 하락하는 큰 이유가 되고 있는 한상진 교수에게 일독을 권한다.
시퍼런 공권력을 앞세운 군사독재가 민주시민의 일상을 옥죄던 1970년대, 한국의 청년법학도는 ‘국민의 저항권’이라는 법리에 끌렸다. 국가 대신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헌법철학에 심취했다. 그 앞에 사법영웅이 나타났다.

헌법은 국민의 몸에서 국가를 떼어 내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윌리엄 더글라스(1898~1980년)는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판사였다. 월스트리트 변호사, 컬럼비아 및 예일대 교수,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거쳐 약관 40세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36년 7개월(1939~1975년) 동안 재직했다. 사상 최장기록이며 역대 대법관 그 누구보다도 많은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썼다. 세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또는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고 네 차례 탄핵의 위기를 맞았다. 그의 판결문에 매혹된 청년법학도는 자신의 사법영웅의 발자취를 찾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7년 후 교수가 되어 돌아 왔다. 이 책은 그의 연배로는 매우 희소한 ‘진보법학자’ 안경환이 청년시절 자신의 법학에서, 정신적 멘토였던 더글라스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불행한 인간의 총체적 삶을 허식과 미화 없이 고스란히 드러낸다. 군데군데 담긴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친근감을 더한다.



프롤로그

제1장 유년의 뜰
1980년 1월 23일 워싱턴 / 병치레 아이, 어머니의 보물 / 아버지 잃은 다섯 살 소년 / 야키마 밸리, 가난의 사회적 의미 / 어머니의 장남, 애증의 인간극장 / 휘트먼 칼리지, 인간과 자연의 신비를 깨치다 / 전장에 못 간 이등병

제2장 젊은이여, 동부로 가라! 대륙횡단열차
시골학교 선생의 꿈 / 법을 공부해야 돼! / 산골 출신 고학생, 컬럼비아 로스쿨 / 로 리뷰 편집위원에 뽑히다 / 크라바스 로펌, 월스트리트 변호사 / 새로운 탐색, 컬럼비아대 교수 / 예일대 교수, 법현실주의 운동의 선봉장 / 기업도산의 심층 연구자로 부상하다

제3장 워싱턴의 떠오르는 새별
뉴헤이븐, 현모양처의 작은 천국 / 어두운 저편의 기억 / 유일한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다 / 워싱턴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다 / 뉴딜공연, 객석에서 무대로 / SEC, 월스트리트의 청소부 / 조셉 케네디와 윌리엄 더글라스 / 사적 클럽을 공적 기관으로 만들다

제4장 청년 대법관
뉴딜주의자 더글라스 / 브랜다이스의 후계자가 되다 / 프라크퍼터의 짧은 군림 / 더글라스 대 프랑크퍼터, 앙숙이 되다

제5장 환상과 실제 : 흔들리는 가정
언론이 만든 즐거운 나의 집 / 이혼은 치욕스런 인생의 실패

제6장 전쟁과 법원
태평양 연안의 전쟁 히스테리 / 대법원의 내부갈등, 하버드파 대 예일파 / 기업보다 국가, 국가보다 개인 / 진보사법의 전도사, 휴고 블랙 / 반대자들도 언론의 자유를 누린다

제7장 대통령이 될 뻔했던 대법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총아 / 트루먼과 더글라스, 불편한 동거 / 정치여 안녕!

제8장 진짜 사나이 : 야생의 빌
거친 사나이들의 우정 / 낙마 사고, 기적의 회생 / 인간과 산 , 낭만주의 선언 /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현신 / 소년의 새 아버지, 산 / 이혼, 두 여자를 동시에 속일 수는 없다

제9장 맥카시 광풍과 법원
정치 바이러스, 미국 땅에 창궐하다 / 반공 아니면 반역 / 강요된 선택은 헌법 위반 / 로젠버거 판결, 고립무원의 더글라스

제10장 현직 대법관의 상습적 이혼
자식이 냉소한 ‘장한 아버지’ 상 / 노(老)대법관과 여대생의 짧은 사랑 / 캐시, 마지막 여인 / 떠난 사람, 남은 사람

제11장 환경운동의 기수
걷다, 노래하다, 지키다 / 환희와 분노 / 히말라야 트래킹의 선구자 / 산도 나무도 물 고기도 원고적격이 있다

제12장 원주 미국인, 인디언
대륙의 원주인 / 인디언 관련 판결 / 야키마 소년, 인디언을 만나다 / 자연의 신비와 지혜에 경의를 표하라

제13장 부자와 빈자
단독 플레이어 판사 / 나는 반대한다 / 시민에는 등급이 없다 / 워렌 법원, 사법혁명을 이끌다 / 좋은 정책이 바로 헌법원칙 / 창의적 이론 / 대법원의 셰익스피어 / 평등의 한계

제14장 네 차례의 탄핵
판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 / 포타스의 사임 / 반란의 요체 , 태풍의 눈 / 탄핵 이후, 강 심장에도 깊은 상처가 / 자전적 드라마, 두 편 / 정신과 의사와 환자 더글라스 /「 법과 문학」의 선구적 시론

제15장 닉슨과 워터게이트사건
캄보디아 폭격, 대통령의 독선 / 더글라스, 폭격중지 명령을 발부하다 / 더욱 고립되는 더글라스 / 리처드 닉슨의 치욕스런 종말

제16장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
언론의 본질은 논쟁을 장려하는 것 /‘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허구성 / 대법원 은 국민의 교육가관이 돼야 / 프라이버시권의 창시자

제17장 낯선 땅, 친절한 사람들
체험적 여행 / 아시아 혁명의 성격 / 소련을 이기는 길 / 러시아 기행, 청년 로버트 케네디의 일화 / 친숙한 풍광, 정겨운 사람들 / 카라치에서 이스탄불까지

제18장 법을 통한 세계평화
트루먼 대신 더글라스였더라면 / 미국인의 과제와 미국인의 책무 / 무기 대신 협상으로 / 지구연방주의와 세계법치주의 / 국제 NGO의 역할 증대 / 노대법관의 청년적 이상, 6단계 세계평화 구축 방안

제19장 더글라스와 한국
실망스런 신생국가 지도자, 이승만 / 신생 대한민국과 더글라스의 저술 / 아주 작은 에피소드

제20장 최후의 날들
자서전과 회고록 / 젊은이여 동부로 가라! 진실과 기억 / 낭만적 성찰과 사회적 개안 / 낭만주의자 의사와 법률가의 만남 / 부부의 마지막 여행 / 사임, 위대한 장정의 종착 / 사임했지만 은퇴하지는 않았다! / 법원시절 , 사후에 출간된 마지막 자서전 / 그가 떠난 후, 빈자리와 채운 자리 / 그 후에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