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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10주년 특별판)

별안간 삶에 폭풍처럼 거세게 들어오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써내려간 소설이지만 이미 이 자체로 실재하는 세계를 목격한 것 같다. 그리고 무지했던 나는 숨이 턱 막혔다.나는 불교학을 전공했고 전공 수업에서 아룬다티 로이의 르포 책을 먼저 접했었다. 인도에 애정을 가지고 계시던 교수님은 인도 사람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종교와 정치적 분쟁, 그리고 카스트제까지 말하곤 했는데 졸업하며 배운 것들을 잊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고 나는 인도에 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나를 인도의 한 마을로 데려갔고 이야기는 파도가 되어 덮쳤다. 카스트제는 사람의 피부색을 구분하고,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등 사람의 인생을 너무 이르게 단정짓는다. 선택권을 앗아가버리며 거대한 것들이 아닌 작은 것들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에게는 신이 있지만 누군가는 살아서 지옥을 맛보기도 한다. 쌍둥이남매 라헬과 에스타. 라헬은 그녀의 기억 속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 아예메넴으로 돌아온다. 고향 아예메넴에서 삶을 뒤흔드는 일이 쌍둥이에게 일어났었고, 그들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다. 손을 흔들며 달아난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되돌아온 라헬에 의해 다시 펼쳐진다.라헬과 에스타의 어머니 암무는 남편과 이혼하고 쌍둥이와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다. 이혼한 암무에게 가혹한 말이 뒤따르고는 했지만 피클 공장을 하던 암무의 가족은 가난과 거리가 먼 집안이었다. 이 집안은 상류층일지라도 위선적인데, 결국 씻을 수 없는 일을 무지에 의해 저지르게 된다. 쌍둥이들의 삼촌인 차코가 영국인 사이에서 낳은 딸 소피 몰을 인도로 데려오며 비극이 시작된다. 소피 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암무는 쌍둥이들의 엄마였고, 이혼한 사람이었으며, 불가촉천민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이 책은 계속해서 시간을 뒤섞는다. 라헬이 어머니 암무의 나이가 되어 아예메넴으로 돌아온 시간,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암무의 시간, 가족이 극장에 방문했을 때 이름 모를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한 에스타의 시간, 소피 몰과 쌍둥이들이 지내던 짧은 시간, 그리고 암무와 불가촉천민 벨루타가 사랑을 나누던 시간. 비극을 의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결국 일어났던 일들. 이야기를 바라보는 나는 미리 결말을 알고 있고 다시 되돌아가 본다. 암무와 벨루타가 나눴던 사랑의 장면으로 끝나는 이야기에 깊은 여운을 느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역사 의 좁은 틈 사이로 광기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한순간의 일이었다."비극을 다루는데도, 작가는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더 먹먹하다.   

카스트 제도에 짓밟힌 작은 존재들의비극적인 사랑모두 법을 어겼다,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법칙을. 그리고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를 정해놓은. 1997년 데뷔와 동시에 부커상을 수상한 걸작. 국내에서 과거 한 차례 출간된 바 있으나, 작가가 구사하고 있는 정교한 구성과 치밀한 묘사, 시적인 문체, 언어유희까지 최대한 살려 원작이 지닌 비극적 아름다움을 오롯이 전하고자 새로이 번역했다.1969년 인도 케랄라 아예메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뀐’ 한 가족의 비극을 섬세하게 다룬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축을 오가는 초반 대여섯 페이지에서 정신적으로 이어져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의 탄생, 영국에서 놀러왔다가 사고로 익사한 외사촌 소피 몰의 장례식, 경찰서에 갇힌 벨루타, 그를 구하고자 진실을 밝히려는 암무 등 앞으로 전개될 주요 사건이 조감도처럼 공개되나 하나의 풍경처럼 제시될 뿐이어서 오히려 궁금증만 커지고 만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작은 것들’은 무엇이며 ‘작은 것들의 신’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건축을 전공했고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이력을 반영하듯 아룬다티 로이는 사건의 파편을 하나씩 공고하게, 그리고 마치 스릴러처럼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짜맞춰간다. 시리아 정교도와 힌두교도, 불가촉민과 가촉민, 남자와 여자, 영국 문화와 인도 문화, 과거와 현재, 큰 것과 작은 것, 삶과 죽음 같은 다양한 대립축을 세우고 하나의 조각처럼 제시되는 경험이 쌓이면, 우연히 혹은 어쩌다 겪게 되는 사건처럼 보이는 경험이 쌓이면, 불가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커다란 사건이, 사랑이, 죽음이 드러난다. 대개의 데뷔작이 그렇듯 작은 것들의 신 도 아룬다티 로이의 삶을 투영한 반(半)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 설정에서부터 이야기의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상당 부분이 아룬다티 로이의 삶과 겹친다. 아룬다티 로이는 작은 것들의 신 에 대해 이 소설은 나의 세상이며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또한 이 소설은 장소나 관습에 관한 것이 아니라 들과 땅과 공간에 관한 것이며, 어떤 특정한 사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여성, 아이, 파괴되는 자연 등 지구상의 작고 연약한 존재들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아룬다티 로이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시선, 그리고 문학의 본질에 대한 정수가 이 작품에 담겨 있다.

1. 파라다이스 피클&보존식품
2. 파파치의 나방
3. 큰 사람 랄타인, 작은 사람 몸바티
4. 아브힐라시 탈키스
5. 신의 나라
6. 코친 공항의 캥거루
7. 지혜 연습장
8. 환영, 우리의 소피 몰
9. 필라이 부인, 에아펜 부인, 라자고팔란 부인
10. 배 안의 강
11. 작은 것들의 신
12. 코추 톰반
13. 비관주의자와 낙관주의자
14. 노동은 투쟁이다
15. 강을 건너다
16. 몇 시간 후
17. 코친 항구 터미널
18. 역사의 집
19. 암무 구하기
20. 마드라스 우편열차
21. 삶의 대가

해설_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작은 것들과 큰 것들의 이야기
아룬다티 로이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