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록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의도는 간파하지 못할지라도 그것이 편안함을 얻는데 그리 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미술작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품을 보고 해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미술작품에는 상징성을 띤 물건이 무수히 등장하고 색배합도 함부로 한 것이 없다. 때문에 공부 없이 무작정 많은 작품을 감상한다고 해서 미술작품을 보는 눈이 트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공부를 하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
일간지 미술 담당 기자, 학고재 관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서 집필에 몰두 중인 미술평론가 이주헌씨. 50 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1,2” 내 마음속의 그림” 미술로 보는 20 세기” 등 동서양 미술사에 보석 같은 작품을 골라내 소개한 10여 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온 그가 또 한 편의 미술책 시리즈를 선보였다. 저자도 인정하지만 이 책은 미술사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취약하다. 저자는 대신 "구체적인 작품을 보고 즐기는 데 만족스러운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책은 복잡한 생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한다. 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이 나 정보를 제공하면서 개별 작품을 구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감도 좋은 원색 화보에 곁들여진 차분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지식이나 기술, 경쟁과 승부 너머의 세계 에 있는 사랑과 이해, 포용심 등 삶의 긴요한 가치들과 만날 수 있을 듯싶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남긴 유명 화가부터 한창 활동 중인 작가까지 우리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꽃을 그리는, 그러나 가장 아름답게 물오른 순간의 꽃 이 아니라 다 말라버려 탈색된 꽃을 그리는 화가 하상림에 대해 그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꽃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는 화가라고 말 하고,강승희의 새벽-한강-2029 에서는 사유의 시간을 읽어낸다. 또 그는 거침없는 수직낙하로 후련함을 선사하는 폭포와 수평으로 넘실대며 평온함을 전하는 호수를 그리는 화가 송필용에 대해서 는 물을 그림으로써 깨닫기를 원하고 물을 관찰함으로써 지혜를 얻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송필용은 이 그림들을 모두 푸른색, 혹은 초록색 단색조로 그리면서 물과 흙,그리고 너와 나와 구별을 지워버린다는 것. 이와 함께 책은 위대한 어머니의 확장을 담아낸 윤석남,거칠게 몰아치는 누런 파도를 담은 강요배, 윤기 나는 그림 을 노래처럼 풀어내는 김원숙 등의 작품을 풀어낸다.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저자가 펼쳐 보이는 미술평을 통해 시대와 현실의 고뇌가 어떻게 예술작품에 용해됐는지 보여준다.
그동안 여러 저서를 통해 편안한 그림 읽기의 안내자 역할을 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우리 시대 미술가 39명의 작품 감상에 길잡이로 나섰다. 이중섭, 신학철, 강요배, 남궁산, 김영희, 김종영, 오형근, 안규철, 박성태 등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미술 같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넘나들며 한데 모인 글들은 미술사적인 지식이나 분석에 치우치기보다는 깊고 고요한 사색과 명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제1부 흐르는 물처럼
하상림 꽃이 지다
강승희 사유의 강을 따라
송필용 흐르는 물처럼
박재웅 흐르고 사라지고 태어나고
오치균 나를 키운 까치밥
신학철 소똥
김경인 한결같은 네 푸른빛
민정기 그림 속을 거닐다
강요배 애증의 파도
심현희 꽃 단상
홍순정 꽃비 내리는 날
제2부 마음의 풍경
강경구 내 안의 숲
김원숙 마음의 행로
김병종 시가 된 그림
남궁산 생명으로 새긴 풍경
김영희 옛날옛날 우리 어렸을 적
손장섭 소주꽃 향기
이중섭 그리고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은미 보이지 않는 것을 담는 그릇
박영남 기원의 풍경
김종영 비움과 덜어냄
김 웅 하나 되기 위하여
김찬일 그림 만들기
정 현 나는 노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강진모 음양의 조화
제3부 뭐가 보입니까?
안규철 우리의 집은 어디인가
윤석남 어머니의 손
김 석 참을 수 없는 지식의 무거움
이한수 열반의 색
배준성 뭐가 보입니까?
오형근 소녀 연기
홍성도 우연, 발견 그리고 스캐닝
김일용 비어 있는 실존
김주호 허허실실
홍성담 이야기는 계속돼야 한다
최민화 상상의 진실
최진욱 동일성의 부재
박성태 진실을 위한 진혼곡
윤동천 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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