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 그만 울고 말았다. 그리고 너무 벅차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듯 그리 설레게 여러 번의 시간을 들였다.
작가를 위한 책이라 하였다. 저자는 작가를 위한 책을 쓰기 위해 수백 번 작가가 되었던 듯싶다. 어떻게 그리 숨겨진 상처들을 잘도 발견하고 스스로 나을 힘을 주는지 신기하고 감사하다.
저자는 온갖 구석의 소리에 귀를 맞추고 최소화되는 힘이 있다. 그러기에 침묵이 된 소리가 언어를 찾고 이야기로 성장하여 불구는 작가가 된다.
이렇게 내 마음을 들킨 책은 없었다. 내 속에서만 곪아 터지고 있던 고민이 그의 글로 터져 튀어나온다. 모든 사람은 내게 불구의 삶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올해 만난 이 책은 사랑의 말로 완전한 삶을 주었다. 나에게 어디에도 이 책과 비슷한 책은 없다. 중고시장에 책을 하나씩 판다면 마지막에 이 책이 내 책장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면
당신은 세상을 정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모든 비딱하고 남루하고 어정쩡한 삶에게,
불행과 고통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이들에게
있는 힘껏 응답하는 미학자의 시적 에세이
삶은 고통스러운데 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하는가. 인생이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도 한 번쯤 불현듯 다가왔던 물음들이다. 다만 그것이 오래가지 못했을 뿐. 예민한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오는 물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저자가 이어 붙이는 질문들. 예술가는 왜 이상하고 그들의 말은 왜 우리 귀에 잘 안 들리는가, 상처는 왜 아름다운가, 왜 문제가 곧 가능성이 되는가, 왜 고통의 전시가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저자는 이 두 계열의 물음이 다르지 않은 것임을, 모두가 예민한 존재들의 언어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미학자이자 비평가인 양효실은 강단에서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 예술작품을 보고 시를 읽었다. ‘학생들이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수챗구멍’이 되고 싶은 그녀는 삶 자체를 예술로 빚어 낸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학생들과 거듭 대화를 시도했다. 이내 인문대 선생의 임무를 좌절시키는 말들, 결코 아무 데서나 쉽게 들을 수 없는 말들, 아픈 말들이 불쑥불쑥 터져 나왔다. 공부를 잘하면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행복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해요 라고 말하는 학생 앞에서, 도덕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온몸을 떨었다. 더 아프고 더 분노하고 더 질주하는 이들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온몸으로 불행과 상처를 받아 안으면서도 막연하게 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 고통을 언어로 만들어 그것을 전시하고 노래하고 즐기는 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 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만큼이나 약한 이들을 학대할 뿐 여전히 화해하거나 사랑할 줄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프롤로그 | 당신, 그러므로 우리에게
1. 사라지는 아이들을 위하여
거부와 사라짐의 몸짓, 펑크록
소년과 소녀의 대화, ‘매직 아워’의 축제
흡연이 예술을 만날 때
우리를 대신해 불행한 아이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다
2. 내 이름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탄생은 외상이다
나는 남이 쓰고 버린 이름이다
바로 그때, 존재가 이름 바깥으로 나올 때
사실 봉제선은 이미 항상 뜯어져 있다
오 시여, 시인이여!
3. 딸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자신이 된다
싫어할수록 닮아버리는, ‘아버지라는 이름’
소멸을 향한 말 ― 실비아 플라스의 ‘아빠 개자식’
김언희의 ‘딸’ ― 폭력은 나의 것
아버지로부터 아버지를 뿌리째 파내드릴게
최승자의 아무것도 아닌 나, 영원한 루머
4. 근대를 횡단하는 방법들에 대하여
근대의 실패를 어떻게 가로지를 것인가
니체의 허무주의와 운명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혐오와 익살의 전략
비체, 혐오의 매혹
‘혐오스런 마츠코’의 사랑법 ― 더 나쁜 쪽으로!
5. 어떻게 아이러니는 웃음과 긍정이 되는가
텅 빈 세상에 바치는 웃음
아이러니스트 성철의 웃음
장 주네의 긍정 ― 죄수와 꽃은 하나다
에필로그 | 성장은 어른 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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